텔아비브 욥바교회 2020년 7월 11일 설교 이익환 목사
토라포션 35 리더의 조건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이르시되 눈의 아들 여호수아는 그 안에 영이 머무는 자니 너는 데려다가 그에게 안수하고 그를 제사장 엘르아살과 온 회중 앞에 세우고 그들의 목전에서 그에게 위탁하여 네 존귀를 그에게 돌려 이스라엘 자손의 온 회중을 그에게 복종하게 하라” (민 27:18-20)
‘뷰카(VUCA)’라는 말이 있다. 영어 단어의 앞글자를 조합해서 만든 신조어다. V는 Volatile, ‘불안정한’, U는 Uncertain, ‘불확실한’, C는 Complex, ‘복잡한’, A는 Ambiguous, ‘모호한’이란 단어에서 온 것이다. 뷰카(VUCA)는 4차 산업과 함께 펼쳐질 미래 환경을 가르키는 말로 씌이기 시작했다. 4차 산업과 함께 사회 각 분야에서 변화속도가 빨라지면서 미래를 예측하기 어렵고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시대를 함축하는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더더욱 미래를 예측하기 힘든 시대를 맞이했다. 이러한 뷰카(VUCA) 시대에는 리더십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다. 불안정하고 불확실성이 커진 사회에서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명확히 제시할 리더의 존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오늘 토라포션에 나오는 상황도 상당히 불안정하고 불확실하다. 염병 팬데믹으로 이스라엘 백성 2만 4천명이 죽었다. 한편 이스라엘 백성들은 가나안 입성을 앞두고 가나안 족속과의 전쟁을 앞두고 있었다. 그들을 이끌던 모세는 늙었고, 결정적으로 그는 가나안에 들어가는게 허락되지 않았다. 누가 이처럼 불안과 혼돈가운데 있는 이스라엘을 이끌 것인가? 정말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모세는 기도한다. 민 27:16-17, “여호와, 모든 육체의 생명의 하나님이시여 원하건대 한 사람을 이 회중 위에 세워서 그로 그들 앞에 출입하며 그들을 인도하여 출입하게 하사 여호와의 회중이 목자 없는 양과 같이 되지 않게 하옵소서” 그는 자신의 뒤를 이을 리더를 구한다. 그리고 그 결과 여호수아가 리더로 세워진다. 여호수아는 어떻게 해서 250만 이스라엘 백성을 이끄는 리더로 세워질 수 있었을까? 오늘은 그가 리더가 될 수 있었던 조건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 혼돈의 시대에 우리는 어떤 리더로 준비되야 할지 지혜를 얻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여호수아에게는 그를 수식하는 말이 있었다. ‘모세의 부하(출 24:13), 모세의 수종자(수 1:1)’라는 말이다. 그것이 그의 스펙의 전부였다. 수종자는 히브리어로 ‘샤라트(שרת)’이다. 하인으로서 시중을 드는 사람을 말한다. 여호수아는 30대 후반에 모세의 수종자가 되어 40년간을 그를 따르는 팔로워로 살아간다. 여기서 리더의 조건, 첫번째는 리더 이전에 팔로워가 되야 한다는 것이다.
유대인의 경전인 ‘민수기 라바’에는 여호수아가 모세를 도와 하나님을 어떻게 섬겼는지 나온다. 민수기 라바21:14, “여호수아는 당신을 많이 섬겼으며 당신에게 큰 경의를 보여주었습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당신의 회막에서 밤늦게까지 남아있던 사람은 바로 그였습니다. 그는 거기서 벤치를 정리하고 매트를 펴곤 했습니다. 그가 온 힘을 다해 당신을 섬겼음을 보면, 그는 이스라엘을 섬길 자격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는 그의 상을 잃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눈의 아들 여호수아를 선택하십시오. 이것은 잠언서 27:8절 말씀을 확증하는 것입니다: ‘무화과나무를 지키는 자는 그 과실을 먹고 자기 주인에게 시중드는 자는 영화를 얻느니라’”
아리스토텔레스는 “남을 따르는 법을 모르는 사람은 결코 좋은 지도자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리더를 따르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말이다. 인간적으로 모범이 되는 리더를 따르는 것은 쉬운 일일 것이다. 그러나 단점이 보이는 리더를 따르는 건 쉽지가 않다. 원죄 가운데 태어난 인간은 남들의 좋은 점을 먼저 보기보다는 부족한 점을 크게 보는 습성이 있다. 그래서 리더의 단점을 보고 따르기를 멈추거나, 리더에 대항하여 투쟁의 길을 걷기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모세에게도 인간적인 약점이 있었다. 그는 말을 잘하지 못했다. 구스 여자를 아내로 취해 미리암과 아론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그의 리더십이 맘에 안들어서 고라와 250명의 지파 지도자들은 그를 반대하여 일어났다. 그러나 그 모든 순간에도 여호수아는 묵묵히 모세의 수종을 들었다. 다윗도 자신을 죽이려 했던 사울왕을 끝까지 섬겼다. 이유는 한 가지였다. 그가 하나님께서 자기 위에 두신 권위자라는 사실 때문이었다. 리더라고 다 완벽한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따라야 할 영역이 있다. 그래서 팔로워는 리더가 유능하기 때문에 그를 맹목적으로 따르는 사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부족한 점이 보이더라도 그가 하나님이 내 위에 두신 권위자이기 때문에 순종하는 것이다. 직장 상사나 여러분 위에 있는 사람을 대할 때 그들의 단점이 드러나는 순간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내 위에 있는 권위자로서 내가 따라야 할 영역이 있는 사람인 것이다. 하나님이 보시는 것은 그 리더가 옳고 그른가가 아니라, 내가 그 리더를 잘 따라가는 자인가를 보시는 것이다. 즉, 그 밑에서 필요한 훈련을 내가 잘 감당하고 있는가를 보시는 것이다. 그것을 잘 감당할 때 나도 누군가를 이끄는 리더로 준비되는 것이다.
엘리사도 그가 북이스라엘의 대표 선지자로 활약하기 전까지 엘리야의 팔로워였다. 그는 엘리야의 손에 물을 부어주는 자로 소개되는데(왕하 3:11), 약 6년 정도 엘리야의 수종자로 그를 섬긴다. 그는 엘리야 이후 엘리야의 갑절의 영감을 받은 선지자로 활약하게 된다. 에베소 지역에서 목회를 감당했던 디모데도 바울의 팔로워였다. 바울은 디모데를 이렇게 평가했다. 빌 2:22, “디모데의 연단을 너희가 아나니 자식이 아버지에게 함같이 나와 함께 복음을 위하여 수고하였느니라” 자식이 부모를 섬기듯 디모데가 바울을 섬겼다는 말이다. 여기서 우리가 알게 되는 것은 진정한 후계자는 리더 이전에 팔로워였다는 사실이다. 육신적으로 자신의 리더를 잘 섬겼던 사람을 하나님이 때가 되었을 때 리더로 세우신 것이다. 그들이 팔로워로서 겸손히 배우는 시간들이 없었다면 하나님은 결코 그들을 리더로 세우실 수 없었을 것이다.
자 그런데 여호수아가 차기 리더십으로 세워진 가장 결정적인 조건이 있었다. 그것은 그가 영의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모세가 자신의 뒤를 이을 한 사람을 세워달라고 기도했을 때 하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민 27:18,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이르시되 눈의 아들 여호수아는 그 안에 영이 머무는 자니 너는 데려다가 그에게 안수하고” 자, 여기서 리더의 조건, 두번째는 하나님의 영이 머무는 자가 되야 한다는 것이다.
하나님은 모세의 아들이 모세의 자리를 세습하게 하지 않으셨다. 그 안에 영이 머무는 자였던 여호수아를 이스라엘을 이끌 차기지도자로 세우셨다. ‘그 안에 하나님의 영이 머물러있는가’ 그것이 하나님이 보시는 가장 중요한 리더의 조건이었다. 이것이 세상의 리더십과 하나님 나라 리더십의 차이다. 세상 리더십에서는 인간적인 능력과 조직을 장악하는 카리스마가 중요하다. 그러나 하나님 나라에서는 내 뜻보다는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며 기꺼이 따르는 리더십이 중요하다. 그것이 바로 영적리더십이다.
여호수아는 어떻게 영이 머무는 자가 되었을까? 그 비결은 회막에 있다. 출 33:11, “사람이 자기의 친구와 이야기함 같이 여호와께서는 모세와 대면하여 말씀하시며 모세는 진으로 돌아오나 눈의 아들 젊은 수종자 여호수아는 회막을 떠나지 아니하니라” 그는 회막에서 하나님께 기도하던 사람이었다. 그의 영성은 하루 아침에 탄생한 것이 아니다. 회막에서 40년 동안 빚어진 것이다. 하나님의 목적은 반드시 영의 사람을 통해 이뤄진다. 그는 인간적인 지혜와 능력으로 일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하나님의 뜻을 구하고 그 인도하심을 기꺼이 따르는 자였던 것이다. 하나님은 인간적인 재주나 능력이 많은 자보다도 그 안에 하나님의 영이 머무는 자를 지도자로 택하신다. 가나안 정탐을 할 때도 그는 인간적인 판단이나 합리적인 정세 분석을 따르지 않았다. 그는 그의 조상 아브라함에게 하신 하나님의 언약을 기억하고 믿었다. 하나님 말씀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는 것은 그 안에 하나님의 영이 머물고 있다는 증거였다. 하나님의 영이 머물 때 우리는 하나님의 생각을 하게 된다. 하나님의 약속을 믿게 된다. 하나님의 영이 머물 때 우리는 하나님의 눈으로 세상을 보게 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나누고 싶은 리더의 조건, 세번째는 다음 세대를 준비시키는 자가 되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모세의 리더십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민 27:22-23, “모세가 여호와께서 자기에게 명령하신 대로 하여 여호수아를 데려다가 제사장 엘르아살과 온 회중 앞에 세우고 그에게 안수하여 위탁하되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명령하신 대로 하였더라” 모세는 하나님의 사명을 이어갈 한 사람을 구했고, 하나님의 명령에 따라 여호수아를 다음 리더십으로 세운다. 여호수아가 모세의 리더십을 이어받을 때 그는 매우 두려웠을 것이다. 그에겐 홍해를 가르던 모세의 지팡이도 없었다. 시내산에서 하나님을 대면하고 내려와 얼굴이 해와 같이 빛나던 그 모세의 카리스마도 없었다. 여호수아는 이제 조금이라도 맘에 안들면 얼마든지 원망하며 달려들 수 있는 250만 백성들의 리더로 세워지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모세는 여호수아를 온 회중 앞에 세우고 그에게 안수함으로 아낌없이 그를 지원한다. 모세의 관심은 자신이 얼마나 위대한 리더인가에 있지 않았다. 하나님의 뜻이 중단없이 다음 세대에도 이어지는데 있었다. 여기서 리더십은 내가 당대에 사용하는 권력이나 지위만이 아님을 볼 수 있다. 진정한 리더십은 내가 리더의 자리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영향력인 것이다. 우리는 다음 세대에도 하나님의 뜻을 이어갈 사람들이 세워지도록 아낌없이 사람들을 세우고 지원하는 리더가 되야 하는 것이다.
오늘 설교의 적용점을 살펴보자. 첫번째 적용점은 ‘나는 능동적인 팔로워인가’라는 질문이다. 평사원에서 대기업의 임원이 되기까지 대략 20년이 걸린다. 20대 청춘에 입사해서 적어도 오십견이 올 때까지 우리는 누군가의 부하로 살아가는 것이다. 대한민국 직장인들에게 상사리더십에 대해 얼마나 만족하고 있는지 조사했다고 한다. 100점 만점에 44점이 나왔다고 한다. 학점으로 따지면 F학점이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상사가 마음에 들지 않지만 마지못해 따라가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리더는 나의 선호도에 따라 섬김의 여부를 결정하는 대상이 아니다. 내 위에 권위자로 세워진 자이기에 전적으로 따라야 하는 대상인 것이다. 리더라는 말은 독일어 고어로 ‘참다, 고통받다, 견디다’라는 뜻이다. 반면 팔로워는 ‘돕다, 후원하다’는 뜻이다. 그래서 팔로워란 리더의 고통을 돕고 후원하는 사람인 것이다. 리더는 한마디로 고통받는 사람이다. 더 큰 책임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팔로워들의 사명은 그 리더의 고통을 돕고 후원하는 역할을 잘 감당하는 것이다. 그랬을 때 리더를 살리는 팔로워가 되는 것이다. 비판하거나 수동적으로 자기 업무만 하는 팔로워가 아니라 이왕 따르는 자라면 리더를 살리는 팔로워가 되야 한다. 팔로워로서 리더를 돕는 역할을 충분히 감당한다면 나중에 더 큰 책임을 지는 리더의 자리에도 능히 설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두번째 적용점은 ‘나는 하나님의 영이 머무는 자인가?’라는 질문이다. 우리는 어떻게 여호수아처럼 영이 머무는 자로 살 수 있을까? 잠언 1:23절을 보자. “내 책망을 듣고 너희가 회개하면, 내가 내 영을 너희에게 부어주고, 내 말들을 너희에게 깨닫게 해 줄 것이다.” 하나님의 영은 그냥 부어지지 않는다. 회개하고 죄에서 돌이킬 때 부어지는 것이다. 죄란 하나님을 주인으로 따르지 않는 것이다. 죄에서 돌이켜야 하나님의 영이 부어지고, 하나님의 영이 부어져야 우리는 하나님의 말씀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 말씀이 나의 삶에 기준점이 되는 것이다. 그래야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않는 삶을 살게 되는 것이다.
세 번째 적용점은 ‘나는 지금 다음 세대를 준비시키는 리더인가?’라는 질문이다. 시대가 불안하다 보니 모두들 자신의 생존에 급급해 살아간다. 젊은 세대들도 자신의 생존에만 관심이 있지 좀처럼 그 이상을 생각하지 못한다. 우리는 다음 세대에도 생존이 아니라 공생(共生)을 이끄는 리더가 나오도록 기도하며 그들을 세우는데 아낌없이 우리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지금 세상은 급변하고 있다. 그러나 하나님이 쓰시는 리더의 조건은 과거나 지금이나 그리 변하지 않았다. 지금 불안하고 혼돈스러운 세상은 자신들을 이끌어 줄 리더를 찾고 있다. 우리는 그러한 리더가 되기 위해 먼저 겸손히 내 위의 권위자들을 따라가는 팔로워가 되야 한다. 하나님의 영이 머물도록 기도하며, 하나님이 주시는 지혜를 따라 리더들의 고통을 나누어 지는 자가 되야 한다. 우리가 이 땅에서 하나님의 영이 머무는 팔로워로 살아갈 때 세상은 우리를 통해 하나님이 하시는 일들을 보게 될 것이다. 바라기는 우리의 섬김을 통해 이 불안하고 혼돈스러운 세상에 하나님 나라의 질서가 세워지고, 하나님의 영원하신 통치가 이루어지게 되길 예수님의 이름으로 축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