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아비브 욥바교회 2022년 10월 15일 설교 이익환 목사
성지행전- 라기스: 불가항력을 뚫는 기도
“우리 하나님 여호와여 원하건대 이제 우리를 그의 손에서 구원하옵소서 그리하시면 천하 만국이 주 여호와가 홀로 하나님이신 줄 알리이다.” (왕하 19:19)
불가항력(不可抗力, irresistible force)이란 말이 있다. 사람의 힘으로는 대항할 수 없는 일을 말한다. 지진이나, 태풍 같은 자연재해가 불가항력의 대표적인 예다. 내 힘으로 어찌 할 수 없는 일을 만날 때, 우리는 흔히 손을 놓거나 절망하게 된다. 오늘 본문에서 히스기야 왕이 그러한 불가항력의 상황을 만났다. 앗수르 제국이 유다를 침공해온 것이다. 과연 그가 이 상황을 어떻게 대처하는지 함께 살펴보며 은혜를 나누고자 한다.
오늘 우리가 라기스를 가는데, 라기스는 앗수르의 산헤립이 예루살렘을 치러가기 전 무너뜨린 유다의 한 성읍이었다. 이제 유다의 남쪽 방비선인 라기스가 뚫렸으니 예루살렘이 무너지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 히스기야 왕의 아버지 아하스는 앗수르에게 조공을 바쳤다. 그러나 히스기야는 아버지와 달랐다. 그는 하나님을 의지하는 사람이었다. 성경은 그를 이렇게 묘사한다. 왕하 18:5-6, “히스기야가 이스라엘 하나님 여호와를 의지하였는데 그의 전후 유다 여러 왕 중에 그러한 자가 없었으니 곧 그가 여호와께 연합하여 그에게서 떠나지 아니하고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명령하신 계명을 지켰더라” 히스기야는 앗수르를 의지하지 않고 하나님만 의지했다. 그래서 과감히 조공을 바치지 않고 앗수르와의 관계를 끊는다. 왕하 18:7-8, “여호와께서 그와 함께 하시매 그가 어디로 가든지 형통하였더라 저가 앗수르 왕을 배반하고 섬기지 아니하였고 그가 블레셋 사람들을 쳐서 가사와 그 사방에 이르고 망대에서부터 견고한 성까지 이르렀더라” 자 그런데 히스기야 왕 재위 3년에 앗수르의 살만에셀 왕이 쳐들어 온다. 남유다를 치러 온 것이 아니라 북이스라엘을 치러 온 것이다. 북이스라엘의 왕 호세아가 조공을 바치지 않자 수도 사마리아를 공격했고, 3년 만에 성을 무너뜨린다. 이로써 북이스라엘은 기원전 722년에 역사에서 사라진다. 그들이 무너진 것은 단지 조공을 바치지 않아서가 아니다. 성경은 북이스라엘 멸망의 원인을 이렇게 기록한다. 왕하 18:12, “이는 그들이 하나님 여호와의 말씀을 듣지 아니하고 그의 언약과 여호와의 종 모세가 명령한 모든 것을 따르지 아니하였음이더라” 북이스라엘은 앗수르가 강해서 무너진 것이 아니라 그들 안에 하나님 말씀이 없어서 무너진 것이다. 히스기야는 그의 재위 6년에 이처럼 북이스라엘이 멸망하는 것을 보게 된다. 그것은 왕으로서 가장 두려운 경험이었을 것이다. 그는 앗수르의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예루살렘 성을 강화한다. 그래서 만든 게 히스기야 터널이다. 그의 재위 14년 앗수르의 산헤립 왕이 드디어 유다의 성읍들을 공격한다. 왕하 18:13, “히스기야 왕 제십사년에 앗수르의 왕 산헤립이 올라와서 유다 모든 견고한 성읍들을 쳐서 점령하매” 자 그런데, 이 성경으 기록은 앗수르 왕의 서고에서 발견된 산헤립의 비문의 기록과 일치한다.
“또한 나의 멍에에 굴복되지 않은 유다 땅의 히스기야에 대해서는– 나는 그의 46개의 도시들의 방어 성벽과 그 주변의 셀 수 없는 소규모의 정착지들을 토성을 쌓고 공성전전차를 올렸으며, 보병들, 대호, 파괴무기들, 그리고 공성기구들로 점령했다. 나는 그들 가운데 남녀노소 200,150명의 백성들과 셀 수 없는 말, 노새, 나귀, 낙타, 소 그리고 양과 염소들을 끌어내었고 노획물로 삼았다.”
“히스기야에 대해서는- 나는 새장의 새처럼 그를 그의 왕궁 도시 예루살렘성 안에 가두었다. 나는 그를 봉쇄했고 그의 성문에 공포를 심어 주었다. 나는 내가 약탈했던 그의 땅과 도시들을 떼내어 그것들은 아스돗의 왕 미니티와 에크론의 왕 파디, 그리고 가자의 왕 찔리벨에게 주어 그의 땅을 작게 만들었다. 나는 그들이 나의 주권을 인정하는 댓가로 그들에게 선물을 더해 주었다.”
견고한 성읍 중에 마지막으로 무너진 것이 라기스였다. 대영 박물관에 가면 당시 라기스 전투 장면의 부조가 있다. 이것은 산헤립이 라기스 전투의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자신의 궁정 벽에 새겨 놓은 것이었다. 이것은 영국의 고고학자 레이어드가 니느웨에서 발견한 것이다. 19세기까지만해도 앗수르 유적이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앗수르는 성경 속에서 만들어낸 나라가 아닐까 하는 의심들이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부조가 발견됨으로 성경의 기록이 사실임이 드러난 것이다.
부조를 보면 로마군이 마사다를 점령한 것처럼 흙으로 경사로를 쌓고, 공성퇴를 올려 라기스를 공격했음을 알 수 있다. 화살로 공격하는 장면, 성 위에서 돌을 던지며 저항하는 장면이 보인다. 그러나 저항은 오래가지 못했다. 유대 군인들이 창에 매달린 채 죽임을 당하는 장면이 있다. 성 인근에서는 1500여 개의 해골도 발견되었다고 하니 당시 전투가 얼마나 치열했는지 상상할 수 있다. 부조에는 포로들을 끌고 가는 장면이 나온다. 산헤립의 왕좌도 보인다. 왕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데, 니느웨가 멸망 당할 때 적에 의해 베어진 것으로 보인다. 산헤립 왕 앞에서 유대인이 산 채로 참수 당하는 장면도 보인다.
라기스의 상황이 이렇게 되자 히스기야는 급히 사람을 라기스로 보낸다. 왕하 18:14, “유다의 왕 히스기야가 라기스로 사람을 보내어 앗수르 왕에게 이르되 내가 범죄하였나이다 나를 떠나 돌아가소서 왕이 내게 지우시는 것을 내가 당하리이다 하였더니 앗수르 왕이 곧 은 삼백 달란트와 금 삼십 달란트를 정하여 유다 왕 히스기야에게 내게 한지라” 히스기야는 금이 모자라자 성전 문과 기둥의 금까지 벗겨 앗수르 왕에게 준다. 그랬음에도 산헤립은 애굽과 더 가까이 지내는 히스기야를 혼내주기 위해 대군을 이끌고 예루살렘으로 진격해 온다. 그리고 성에 이르러 최후통첩을 알리기 위해 그의 대변인인 랍사게를 보낸다. 랍사게는 성 위의 유다 사람들이 다 듣도록 히브리어로 이렇게 말한다. 대하 32:15,19, “너희는 히스기야에게 속지 말라 꾀임을 받지 말라 그를 믿지도 말라 어떤 백성이나 어떤 나라의 신도 능히 자기의 백성을 나의 손과 나의 조상들의 손에서 건져내지 못하였나니 하물며 너희 하나님이 너희를 내 손에서 건져내겠느냐 하였더라…그들이 예루살렘의 하나님을 비방하기를 사람의 손으로 지은 세상 사람의 신들을 비방하듯 하였더라” 이 말을 전해 들은 히스기야는 옷을 찢고, 베를 두르고 성전에 들어간다. 히스기야는 문제의 본질을 알았다. 그는 이 모든 상황이 유다의 죄에 대한 하나님의 징계라는 의식을 갖고 있었다. 그가 신복들을 이사야에게 보내어 기도를 요청할 때 이런 표현을 한다. “오늘은 환난과 징벌과 모욕의 날이라” 그는 앗수르의 공격으로 곤난에 빠진 것이 유다의 죄악에 대한 하나님의 징벌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하나님 앞에 자신과 유다의 죄를 돌아보며 회개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이사야는 하나님의 말씀을 이렇게 전한다. 왕하 19:6-7, “너희는 너희 주에게 이렇게 말하라 여호와의 말씀이 너는 앗수르 왕의 신복에게 들은 바 나를 모욕하는 말 때문에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한 영을 그의 속에 두어 그로 소문을 듣고 그의 본국으로 돌아가게 하고 또 그의 본국에서 그에게 칼에 죽게 하리라 하셨느니라” 그 사이 앗수르의 산헤립은 유다 성읍 중 하나인 립나에 있다가 랍사게로부터 구스의 왕 디르하가(Tirhakah)가 올라 오고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디르하가는 구스 출신으로서 애굽 전체의 왕이 된 사람이다. 산헤립은 다시 군사력을 애굽 군대를 물리치는데 집중해야 했기에 예루살렘을 빨리 정복하기 원했다. 이에 그는 히스기야에게 항복을 종용하는 협박 편지를 보낸다. 그 내용은 이렇다. 왕하 19:10-13, “너희는 유다의 왕 히스기야에게 이같이 말하여 이르기를 네가 믿는 네 하나님이 예루살렘을 앗수르 왕의 손에 넘기지 아니하겠다 하는 말에 속지 말라 앗수르의 여러 왕이 여러 나라에 행한 바 진멸한 일을 네가 들었나니 네가 어찌 구원을 얻겠느냐 내 조상들이 멸하신 여러 민족 곧 고산과 하란과 레셉과 들라살에 있는 에덴 족속을 그 나라들의 신들이 건졌느냐 하맛 왕과 아르밧 왕과 스발와임 성의 왕과 헤나와 아와의 왕들이 다 어디 있느냐 하라 하니라” 죽고 싶지 않으면 빨리 항복하라는 협박이다.
이에 히스기야는 하나님 앞에 엎드려 그 편지를 펴 놓고 기도한다. 왕하 19:15, “그룹들 위에 계신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여 주는 천하 만국에 홀로 하나님이시라 주께서 천지를 만드셨나이다” 불가항력의 상황을 마주하면 사람들은 보통 허둥대기 쉽다. 두려움에 사로잡혀 인간적인 대책을 강구하느라 정신이 없다. 그러나 히스기야는 먼저 하나님의 주권을 찬양한다. 불가항력을 뚫는 기도는 하나님의 주권을 선포하고 그 주권에 집중하는 기도다. 문제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크심을 바라봐야 하는 것이다. 아무리 앗수르의 힘이 강해도 앗수르는 하나님의 주권 아래 있는 것이다. 그는 이어서 기도한다. 왕하 19:16, “여호와여 귀를 기울여 들으소서 여호와여 눈을 떠서 보시옵소서 산헤립이 살아 계신 하나님을 비방하러 보낸 말을 들으시옵소서” 히스기야는 지금 자신의 상황을 아시는 하나님께 구체적으로 상황을 아뢰며 호소한다. 불가항력을 뚫는 기도는 하나님께서 이 상황에 대한 유일한 판단자임을 인정하며 오직 공의로운 재판장이신 하나님께 탄원하는 기도다. 그는 또 아뢴다. 왕하 19:19, “우리 하나님 여호와여 원하건대 이제 우리를 그의 손에서 구원하옵소서 그리하시면 천하 만국이 주 여호와가 홀로 하나님이신 줄 알리이다 하니라” 그의 기도는 앗수르로부터 구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의 궁극적인 관심은 이를 통해 하나님의 살아계심이 드러나는 것이었다. 불가항력을 뚫는 기도는 결국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기도인 것이다. 이처럼 히스기야는 불가항력의 상황속에서 앗수르와 힘으로 맞선 것이 아니라, 진정한 힘의 근원인 하나님께 매달린 것이다. 결과가 어떻게 되었을까? 성경은 놀라운 결과를 전한다. 왕하19:35-37, “이 밤에 여호와의 사자가 나와서 앗수르 진영에서 군사 십팔만 오천 명을 친지라 아침에 일찍이 일어나 보니 다 송장이 되었더라 앗수르 왕 산헤립이 떠나 돌아가서 니느웨에 거주하더니 그가 그의 신 니스록의 신전에서 경배할 때에 아드람멜렉과 사레셀이 그를 칼로 쳐죽이고 아라랏 땅으로 그들이 도망하매 그 아들 에살핫돈이 대신하여 왕이 되니라” 하나님은 히스기야의 기도를 들으셨다. 인간적으로 불가항력의 상황일지라도 기도할 때 하나님은 그 문제에 개입하시고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신 것이다.
우리는 오늘 불가항력의 힘으로 남유다를 위협했던 라기스 현장에 간다. 지금 여러분의 삶의 현장에는 어떠한 불가항력의 힘이 여러분을 힘들게 하고 있는가? 역사 속에 개입하셨던 하나님은 지금 우리의 삶에도 개입하시는 살아 계신 하나님이시다. 나의 힘이 아니라, 다른 힘 있는 사람을 통해서가 아니라, 오직 하나님을 의지하고 기도함으로 불가항력을 넘어서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예수님의 이름으로 축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