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1월 25일 텔아비브 욥바교회 설교 이익환 목사
사무엘서 강해 7 준비된 리더
“사무엘이 기름 뿔병을 가져다가 그의 형제 중에서 그에게 부었더니 이 날 이후로 다윗이 여호와의 영에게 크게 감동되니라 사무엘이 떠나서 라마로 가니라” (삼상 16:13)
공자는 말했다. “자신이 높은 자리에 있지 못함을 걱정하지 말고, 오히려 그런 자리에 가게 될 준비가 되었는지를 걱정하라.” 우리가 어떠한 일에 준비되지 않으면 제대로 그 역할을 감당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자리에 연연해 하지 말고 먼저 그 자리를 감당할 수 있도록 자신을 준비해야 한다는 말이다. 세상은 이처럼 준비된 리더를 원하다. 하나님도 마찬가지다. 하나님께서도 이 땅에서 하나님 나라를 세워갈 준비된 리더를 찾으신다. 오늘 본문에서 우리는 15세 소년 다윗이 기름 부음을 통해 왕으로 선택되는 장면을 보게 된다. 하나님 나라에서 준비된 리더는 어떠한 사람일까? 오늘 본문을 통해 함께 살펴보며 은혜를 나누고자 한다.
구약시대 하나님이 쓰신 리더는 누구였나? 왕과 제사장과 선지자다. 그들은 기름 부음을 통해 그 직위에 세워진다. 그것은 그들의 권위가 스스로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로부터 왔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즉 그들은 하나님 나라를 위하여 하나님께 고용된 자들인 것이다. 따라서 왕이든, 제사장이든, 선지자이든, 그들은 자신의 뜻이 아니라 절대적으로 하나님의 뜻을 따라 움직이며, 백성들을 다스려야 했다. 그런데 우리는 지난 주 블레셋과의 전쟁을 앞둔 사울이 사무엘을 기다리지 못하고 자신이 직접 제사를 드리는 장면을 살펴보았다. 당시 길갈에서 드릴 제사는 블레셋과의 전쟁이 하나님이 주관하시는 거룩한 전쟁임을 선포하는 의식이었다. 그것은 왕이 아니라 선지자인 사무엘이 배타적으로 주관해야 했던 제사였다. 그러나 사울은 상황이 급박하다는 이유로 자신이 제사를 주관하고 만 것이다. 그것은 하나님이 행하셔야 할 군사권을 자신이 행사하겠다는 월권 행위였다. 그는 자신이 기름 부어 세워진 자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그에게 주어진 권력을 남용했던 것이다. 그는 하나님을 위한 왕이 되라고 기름 부음을 받았지만 자신을 위한 왕으로 살았던 것이다. 따라서 그는 더이상 하나님이 원하시는 일을 위해 자신에게 맡겨진 직분을 감당할 수 없는 자가 되고 만다. 결국 하나님은 당신의 마음에 합한 다른 왕을 찾으셔야 했다.
삼상16:1, “여호와께서 사무엘에게 이르시되 내가 이미 사울을 버려 이스라엘 왕이 되지 못하게 하였거늘 네가 그를 위하여 언제까지 슬퍼하겠느냐 너는 뿔에 기름을 채워 가지고 가라 내가 너를 베들레헴 사람 이새에게로 보내리니 이는 내가 그의 아들 중에서 한 왕을 보았느니라 하시는지라” 사무엘은 킹메이커였다. 그러나 그가 기름 부어 세운 사울이 왕으로서 실패했다. 충격과 슬픔가운데 있었던 사무엘에게 하나님은 또다시 킹메이커 역할을 감당하라고 명령하신다. 사무엘은 사울 왕이 이 사실을 알면 자신을 죽이려고 할 것을 알았다. 그래서 하나님께 자신이 어찌 갈 수 있겠냐고 반문한다. 이에 하나님이 말씀하셨다. 삼상16:2-3, “너는 암송아지를 끌고 가서 말하기를 내가 여호와께 제사를 드리러 왔다 하고 이새를 제사에 청하라 내가 네게 행할 일을 가르치리니 내가 네게 알게 하는 자에게 나를 위하여 기름을 부을지니라” 라마에 살던 사무엘이 베들레헴까지 가기 위해서는 사울이 있는 기브아를 거쳐가야 했다. 사무엘이 이동할 때 사울에게 발각될 위험이 있었던 것이다. 여전히 왕좌에 있는 왕을 제쳐 두고 새로 왕이 될 사람에게 기름 부으러 간다는 것은 목숨을 건 일이었다. 그러나 사무엘은 하나님의 수첩에서 사울이 더이상 왕이 아님을 알았다. 사무엘은 세상의 질서가 아니라 하나님이 계획하신 새로운 질서를 이 땅에 시작하기 위해 위험을 감수해야만 했다.
사무엘이 베들레헴에 이르렀을 때 성읍 장로들은 “평강을 위하여 오시나이까”라고 묻는다. 선지자 사무엘의 출현이 반갑지 않았던 것이다. 그들은 사무엘과 사울 왕의 관계가 깨진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하여 자신들이 사무엘을 만나는 것이 나중에 반역 행위로 몰리게 되지 않을까 걱정했다. 사무엘은 자신이 평강을 위해 왔다고 그들을 안심시킨다. 그리고 하나님이 찾으시는 왕을 세우기 위해 이새의 아들들을 면접한다. 사무엘은 이새의 첫번째 아들 엘리압을 보고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그는 곧 하나님의 음성을 듣게 된다. 삼상16:7, “그의 용모와 키를 보지 말라 내가 이미 그를 버렸노라 내가 보는 것은 사람과 같지 아니하니 사람은 외모를 보거니와 나 여호와는 중심을 보느니라” 사무엘은 자신의 판단 기준마저 내려놓아야 했다. 그는 집안에 있던 이새의 일곱 아들들을 다 면접한다. 하지만 그들 모두 하나님께서 택하지 않았음을 알게 된다.그는 이새에게 “네 아들들이 다 여기 있느냐”라고 묻는다. 이새는 “아직 막내가 남았다”고 대답한다. 여기서 ‘막내’는 히브리어로는 ‘하카탄 (הקטן)’이다. ‘가장 어린 자’라는 뜻도 있지만 ‘가장 작은 자’라는 뜻이다. 그가 바로 다윗이었다. 하나님께서는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가장 작은 자, 다윗에게서 장차 왕의 모습을 보았다. 그가 양을 치고 돌아왔을 때 하나님은 사무엘에게 “이가 그니 일어나 기름을 부으라”고 말씀하셨다.
삼상16:13, “사무엘이 기름 뿔병을 가져다가 그의 형제 중에서 그에게 부었더니 이 날 이후로 다윗이 여호와의 영에게 크게 감동되니라 사무엘이 떠나서 라마로 가니라” 사무엘이 다윗에게 기름을 부었을 때 다윗은 하나님의 영에 크게 감동된다. 여기서 ‘크게 감동 되었다’는 말은 히브리어로 ‘짤라흐(צלח)’다. 이 말은 ‘돌진하다. 세차게 오다’라는 뜻이다. 기름부음을 통해 다윗의 인생에 성령이 세차게 돌진해 오신 것이다. 따라서 기름 부으심은 상징적인 행위이고, 그 실체는 성령이 오심을 의미하는 것이다.
다윗이 성령의 기름 부음을 받은 뒤 시작하게 된 첫번째 일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왕의 자격을 잃어버린 사울을 섬기는 것이었다. 결국 자신을 시기하고 죽이려는 사울을 섬기는 것이었다. 그것은 그가 왕으로 준비되기 위해 받아야 할 일종의 인턴십이었다. 그 후 다윗은 헤브론에서 유다의 왕으로 세워질 때까지 약 15년간 왕의 수업을 받게 된다. 그것은 고통스러운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필요한 것이었다. 그것은 자신이 왕이 군림하기 위해 세워진 자가 아니라 철저히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기 위해 세워진 자임을 그가 배워야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다윗은 하나님이 세우신 사울을 하나님이 끝내실 때까지, 그리고 자신이 왕으로 준비될 때까지, 철저히 사울을 왕으로서 존중하며 섬겨야 했다.
다윗은 평생 자신이 ‘하나님께로부터 기름 부음 받은 자’라는 정체성이 있었다. 삼하23:1, “이는 다윗의 마지막 말이라 이새의 아들 다윗이 말함이여 높이 세워진 자, 야곱의 하나님께로부터 기름 부음 받은 자, 이스라엘의 노래 잘 하는 자가 말하노라” 다윗이 왕궁에서 점점 미쳐가는 사울을 섬길 때도 그에게는 ‘기름 부음 받은 자’라는 정체성이 있었다. 그가 광야에서 쫓겨 다닐 때도 그는 이 정체성을 놓치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안전했다. 부당한 공격을 당해도 온유할 수 있었다. 쫓겨 다녀도 절망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의 뒤에는 그를 기름 부어 세우신 하나님이 계신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예수님도 이 땅에 ‘기름 부음 받은 자’로 오셨다. 행10:38, “하나님이 나사렛 예수에게 성령과 능력을 기름 붓듯 하셨으매 그가 두루 다니시며 선한 일을 행하시고 마귀에게 눌린 모든 사람을 고치셨으니 이는 하나님이 함께 하셨음이라” 예수님은 성령과 능력의 기름부음을 받으셨기에 그의 공생애 기간 동안 두루 다니시며 선한 일을 행하시고 마귀에게 눌린 모든 사람들을 고쳐 주실 수 있었다. ‘그리스도’는 헬라어 ‘크리스토스(Χριστός)’에서 온 말이다. ‘기름 부음을 받은 자’라는 뜻이다. 히브리어로는 ‘마시아흐(משיח)’, 영어로는 ‘메시아’다. 우리는 예수님을 믿음으로 그리스도인이 되었다. 우리가 ‘그리스도인’라는 말은 우리에게도 예수님이 받으신 동일한 기름 부음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바울은 말한다. 고후1:21-22, “우리를 너희와 함께 그리스도 안에서 굳건하게 하시고 우리에게 기름을 부으신 이는 하나님이시니 그가 또한 우리에게 인치시고 보증으로 우리 마음에 성령을 주셨느니라” 하나님이 왜 우리에게 기름을 부으실까? 그것은 우리에게 구약의 왕과 제사장과 선지자와 같은 사명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베드로는 신약 성도인 우리의 정체성을 이렇게 말한다. 벧전 2:9, “그러나 너희는 택하신 족속이요 왕 같은 제사장들이요 거룩한 나라요 그의 소유가 된 백성이니 이는 너희를 어두운 데서 불러 내어 그의 기이한 빛에 들어가게 하신 이의 아름다운 덕을 선포하게 하려 하심이라” 신약의 성도인 우리는 왕 같은 제사장이 되라는 부름을 받았다. 그 직분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우리 역시 반드시 기름 부음을 받아야 한다. 성령의 기름 부으심을 받아야 우리는 하나님의 아름다운 덕을 선포하는 사명을 감당할 수 있게 된다. 기름 부음은 나의 왕국을 세우기 위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를 세우기 위함인 것이다.
하나님은 이 비전을 이루시기 위해 이미 구약에서 선지자를 통해 다음과 같이 약속하셨다. 요엘 2:28-29, “그 후에 내가 내 영을 만민에게 부어 주리니 너희 자녀들이 장래 일을 말할 것이며 너희 늙은이는 꿈을 꾸며 너희 젊은이는 이상을 볼 것이며 그 때에 내가 또 내 영을 남종과 여종에게 부어 줄 것이며” 하나님은 이제 구약의 왕과 제사장과 선지자 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그의 영을 부어 주실 것을 약속하셨다. 이 약속이 언제 이루어지는가? 오순절이다. 아버지께서 약속하신 성령을 기다리라는 명령에 따라 간절히 기도했던 예수님의 제자들에게 오순절날, 성령이 부어졌다. 그리하여 그들은 하나님 나라의 증인으로 살아갈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하나님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성령을 부어주시길 원하신다. 우리를 성령과 능력으로 기름 부어 하나님 나라 일꾼으로 사용하기 원하신다. 세상이 화려한 스펙과 유능한 사람을 주목할 때, 하나님은 다윗과 같이 작은 자를 주목하시고 그에게 기름을 부어주셨다. 그를 진정한 왕으로 세워 하나님 나라를 세워가시기 위해 하나님은 그에게 연단의 시간을 허락하셨다. 그리하여 다윗은 왕으로 부름 받았지만, 실패한 죄인을 섬기는 왕이 되었다. 예수님도 이 땅에 기름 부음 받은 자, 메시아로 오셨지만 섬김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타락한 죄인을 위해 목숨을 내어주는 왕으로 오셨다. 우리 역시 왕 같은 제사장으로 부름을 받았지만, 그것은 그 직분을 가지고 군림하라는 것이 아니다. 다른 사람을 섬기며 하나님 나라를 이 땅에서 세워가라고 부름 받은 것이다. 그것을 위해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일과 직분을 주시는 것이다.
사울은 한 때 기름 부으심을 통해 하나님의 영이 임했던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왕국을 세우기 위해 살아갔기에 그의 삶에서 성령이 거두어졌다. 다윗도 한 때 인간적인 욕망을 따라 갈 때가 있었다. 그 욕망 때문에 밧세바를 범하게 된다. 그러나 그는 죄를 지은 후에 회개하며 하나님께 이렇게 기도했다. 시51:10-11, “하나님이여 내 속에 정한 마음을 창조하시고 내 안에 정직한 영을 새롭게 하소서 나를 주 앞에서 쫓아내지 마시며 주의 성령을 내게서 거두지 마소서” 그는 하나님께 주의 성령을 내게서 거두지 말아달라고 간절히 기도했다.기름 부으심은 잘 지켜야 하는 것이다. 성령의 임재는 놓쳐서는 안되는 것이다.우리는 내게 기름 부음이 있었는지, 그 기름 부음이 사라지지는 않았는지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한다. 교회에 빠지지 않고 나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를 위해 나는 지금 왕 같은 제사장으로 살고 있는지 점검해야 하는 것이다.
다윗에게는 총 세 번의 기름 부으심이 있었다. 첫번째 기름 부으심은 오늘 우리가 살펴본 것처럼 그가 사무엘 선지자에 의해 왕으로 선택 되었을 때였다. 두번째 기름 부으심은 그의 나이 서른에 그가 유다의 왕으로 세워질 때였다. 후에 그가 전체 이스라엘의 왕으로 세워질 때 그는 세번째 기름 부으심을 받게 된다. 우리 역시 이 땅에 하나님 나라가 세워지고 그분의 통치가 이루어지게 하기 위하여 그 때 그 때 더 큰 기름 부으심을 사모해야 한다.
우리가 지금 있는 곳은 하나님께서 우리를 하나님 나라의 리더로 준비하고 세워 가시는 현장이다. 여러분은 그곳에서 실력도 없고 나를 괴롭히는 상사를 섬겨야 할 수도 있다. 그것은 고통스러운 일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내가 하나님 나라의 리더로 세워지기 위해 필요한 시간일 수 있다. 하나님이 세우신 권위에 순복하며 철저히 하나님만 의지하는 자로 빚어지는 훈련 과정일 수 있다. 내가 ‘하나님께서 기름 부어 세우신 자’라는 정체성이 없다면, 우리는 상황과 환경에 따라 행동을 달리하게 될 것 있다. 힘 있는 자에겐 비굴 해지고, 힘 없는 자들에게는 교만해질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는 그것을 ‘처세’라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상황과 사람 때문에 사울처럼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나를 세우시는 분이 하나님이심을 늘 기억하고, 우리는 오직 그분을 두려워해야 한다. 바라기는 하나님의 기름 부으심을 잃어버리지 않는 자가 되길 바란다. 또한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 더 큰 기름 부으심을 사모하는 자가 되길 바란다. 그리하여 하나님 나라를 위해 늘 준비된 자로 쓰임 받게 되길 예수님의 이름으로 축원한다.